플래밍 립스, 윌코 등의 인디록밴드와 에이브릴 라빈과 모터헤드까지 화려한 사운드로 무장한 극장판「보글보글 스폰지밥」! 하지만 화려한 사운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TV시리즈의 독특한 재미는 약간 퇴색한 듯한 느낌이 든다.
「보글보글 스폰지밥」(SpongeBob Squarepants, 이하 「스폰지밥」)은 스티븐 힐렌버그(Stephen Hillenburg)의 뛰어난 감각과 재치 속에서 탄생했다. 1999년 처음 TV에서 방영된 「스폰지밥」시리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니켈로데온에서 만든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가 되었다(참고로 「천재소년 지미 뉴트론」 역시 이 제작사에서 만든 대표적인 작품이다). 「스폰지밥」의 인기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치솟았다. 이 작품은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미국은 물론 프랑스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100여 개의 TV시리즈를 방영한 후, 「스폰지밥」의 제작자들이 TV를 넘어 스크린에 작품을 올리기로 결심한 데에는 이런 인기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극장판 「스폰지밥」은 프랑스에서 2005년 2월 9일에 개봉되었다.
이 작품은 집게리아(Krusty Krab)라는 식당이 재미있는 도시 비키니 바텀(Bikini Botton)에 두 번째 식당을 내려고 하면서 시작된다. 자신이 새로운 식당의 매니저를 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던 스폰지밥은 집게 사장(Krabs)이 미숙하고 서투른 스폰지밥 대신 징징이(Carlos)에게 매니저 자리를 주자 무척 실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 게살 버거(burger Krusty Krab)의 유명한 요리법을 탈취하려, 기회를 노리고 있던 악랄한 플랑크톤(Plankton)이 거만한 왕 넵툰(Neptune)의 왕관을 훔친 뒤 집게 사장에게 누명을 씌우게 된다.
왕의 딸 민디(Mindy)는 화가 나 있는 아버지를 설득해, 밥과 그의 친구 뚱이(Patrick, 그는 대양에서 가장 멍청한 불가사리다)에게 6일의 여유를 주게 한다. 밥과 뚱이에게 쉘 시티(Shell City)에 가서 왕관을 되찾고, 집게 사장의 결백을 밝히도록 할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다.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이 임무를 완수하는 동안, 스폰지밥과 뚱이는 그들의 순진하고 어리숙한 면에도 숨어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익살꾼들
이 영화의 주된 즐거움은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인물들과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상황들을 보는 데 있다 특히 이것들은 원색적인 색깔과 단순한 형태들로 뒤덮여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은 시각적 효과 속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측면은 분명히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환기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는 「스폰지밥」만의 매우 특별한 개성이다. 왜냐하면 올바른 도덕관을 세심하게 표현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익살로 감추는 작품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코믹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멋진 개그는 작품 내에서 뿐만 아니라 보는 이에게도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개그가 적절하게 삽입되었을 때, 아이들은 즐거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정교한 유머 감각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스폰지밥」이 갖는 최고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조악해 보이는 어린이용 작품이 다른 차원에서 보여질 수 있으며, 심지어 어른들까지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증명해내고 있다. 극장판 「스폰지밥」 역시 80여 분간의 상영 시간동안 의도적으로 시각적인 장치(스폰지밥은 1001가지의 우스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와 반복적인 개그, 그리고 세심한 대화가 섞인 재미있는 장면이 잇따른다. 예를들어 두 친구가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달래는 장면. 이 장면은 보는 사람에 따라 흥미롭고도 재미 있게 변형된다.
아이들에게는 화면 그대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어른들에게는 마치 두 술꾼이 서로를 위로하며 맥주잔을 비우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센스 넘치는 장면 외에도, 밥과 패트릭을 닮은 진짜 스펀지와 진짜 불가사리가 등장하는 생생한 실사 촬영 장면 등 다양한 볼거리가 함께 제공된다.
힘든 변형
아무리 뛰어난 작품일지라도, TV의 시리즈를 극장용 작품으로 옮긴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스폰지밥」 역시 예외가 아니다. 90분이 8분짜리 에피소드와는 같은 리듬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이 영화가 다시 한번 보여준다.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던 독특한 개그 센스는 작품 내에서 때때로 너무나 분산된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작품이 TV 시리즈에서 본질적이었던 측면을 단순화한다는 점이다. 우선 시리즈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조연들의 역할이 축소되었다. 이웃집 문어 징징이(Carlos)와 다람쥐 다람이(Sandy), 심지어 집게 사장(Krabs)의 활동이 많이 사라졌다. 그대신 스폰지밥과 뚱이의 자리만 커졌다.
또한 보물을 발견하는 해적을 보여주는 실사의 첫 장면. 이 장면에서 나오는 유머에는 사실 냉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수영복을 입은 「S0S 해양 구조대」(Baywatch)의 데이비드 핫셀호프(David Hasselhoff)가 일종의 인간어뢰로 등장하는 점에 대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화려한 아티스트들의 출연으로 극장판 「스폰지밥」의 제작 시부터 주목을 받았던 0.S.T.의 무력함이다. 좋은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음악은 불행히도 영화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플래밍 립스(Flaming Lips)와 윌코(Wilco)와 같은 인디록밴드와 함께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과 모터헤드(Motorhead)와 같은 유명 음악인들이 이 음반에 참여했다.
감독과 그 제작진이 일종의 반(反)문화를 표방하면서도, 그 가능성을 보다 넓게 유지하기 위해 이 작품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은 애석하다. 분명히 이런 연출은 주요 관객층(어린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희화 코드의 수위를 넘고 싶지 않은 니켈로데온의 의도였을 것이다. 극장판 「스폰지밥」은 신념과 끈기에 대한 소박한 교훈과 기분 좋은 분위기를 전파시키는 TV 시리즈의 재미를 살리려는 의지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했던 인물들을 다시 보게 되어 좋을 것이고, 부모들은 과도한 메시지에 대한 두려움 없이 때로는 박장대소를 하면서 인물들의 모험을 따라가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뉴타입 2005년 3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