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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시간 문제였나 보다.
미국 영화배우노동조합 SAG(Screen Actor's Guild)는 마침내 미국 비디오 게임 산업이 올리는 수익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비디오 게임은 애니메이션의 주 성장 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러 애니메이션 및 아트 학교에서는 비디오 게임 개발, 프로그래밍, 디자인을 가르치는 수업을 급조했고, 졸업 후 게임 분야로 진로를 정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총명한 젊은이들에게 TV 광고는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면서도 더 많은 비디오 게임은 물론 근사한 차를 살 수 있을 만큼 많은 봉급을 받을 수 있는 삶을 약속하고 있다.
  이전 세대와는 달리 현 세대는 게임이 충분히 도전할 만하고 존중 받는 직업 분야라고 보고 있다. 비디오 게임은 이제 언제라도 사라질 또 다른 '유행'이 아니며 비디오 게임 산업 종사자는 당당히 생업을 유지할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비디오 게임 산업은 미국의 영화 산업 매출보다 높은 2백50억 달러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성우를 위시한 모든 사람이 이 수익을 나눠 갖고자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은 주로 목소리를 중심으로 제작된다는 점에서 아시아 애니메이션과 크게 구별된다. 즉, 목소리를 먼저 녹음한 다음 성우들의 연기에 따라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성우들은 녹음 직전에 받은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답답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성우가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나 감독과 같은 관점으로 스토리를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히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스토리가 크게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스토리보드가 완성된 후에 더빙을 하고 성우들은 그림을 보면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 제작사도 몇 있지만 예외의 경우이고 관례는 아니다. )
  어찌 되었거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생명'은 애니메이터와 성우의 조화로운 협업의 결과이다. 적어도 애니메이터와 성우의 중요성은 동일하다. 하지만 SAG에서는 성우들이 더빙 작업에 추가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애니메이터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1회성 보수만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잘 팔리기' 위해 유명 배우들에게 목소리 연기를 맡기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가 점점 많아졌다. 영화 제목 위에 주연 배우 이름을 써넣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영화도 생걱났는데, 가장 최근의 예는 20세기 폭스사의 「로봇」과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이다. 이 두 영화의 예고편과 TV 광고는 영화 내용 소개보다는 영화에 참여한 유명 연예인을 보여주고 자랑하는 시간이 더 많다. 이러한 영화가 수익을 내고 좋은 평을 받는다 하더라도 대중 문화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해를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영화의 성공 기반이 배우의 '스타 파워'이지 스토리 자체의 장점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업계와 마찬가지로 게임업계의 아티스트도 배우들의 손에 금전적 보상을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는 듯하다. 비디오 게임의 인기가 늘어나고 주류로서 인정을 받게 됨에 따라 이 분야에 재능을 빌려주는 유명 배우들도 늘어나고 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출연진 전원이 게임 버전에도 출연했으며, 「스파이더맨」과 「스파이더맨 2」 게임은 물론 피어스 브로스넌의 목소리가 담긴 일부 '제임스 본드' 게임 등 그 예는 헤아릴 수 없다.
  게임 더빙의 보수는 보통 그다지 높지 않다. 노조 소속 배우들은 배우의 '최저 임금'에 해당하는 '스케일' 보수라는 것을 받는다. 스케일보다도 낮은 보수를 받는 비노조 배우를 고용하는 게임업체도 있다. 결국 SAG는 최근 E3 게임 회의(전자 예술을 위한 미국 최대의  회의)에서 조직적인 시위를 벌였다. 올해 2월부터 휘몰아쳤던 노조 대표와 게임 제작사 간의 회담이 결렬되었기 때문이다. SAG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게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의 재능이므로 전체 매출액의 일부를 배우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SAG에서는 게임 제작이 애니메이션 영화나 TV 프로그램 제작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과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간과한 듯싶다. 사실 게임이 휠씬 더 복잡하다고 볼 수도 있다 게임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실시간으로 사용자와 상호 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 제작사, 퍼블리셔, 배급사 간의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하며 게임의 가장 큰 어필 포인트는 바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이다.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은 고가의 작업이다. 게임 하나를 만들려면 엄청난 금액의 자본 투자가 필요하며, 상당한 재정적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열렬한 팬을 보유하고 있고 매우 좋은 평을 듣는 「오드월드(ODDWORLD)」 시리즈(최근작: 「오드월드: 이방인의 분노」)의 제작업체조차 문을 닫아야 했다. 따라서 게임 회사들에게 수익의 일부를 요구하려면 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배우들의 재능은 전적으로 존중하는 바이며 돈을 더 요구한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지만 '배우들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에 수익의 일부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애니메이터들 역시 동일한 수익 분배를 받아야 하지 않는가? 애니메이터가 없다면 라디오 드라마에 지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디자이너는 어떤가? 제작 보조는? 프로그래머는 또 어떻단 말인가?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소중한 재능을 활용해서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 제작팀원 모두가 매출액의 일부를 받아야 하지 않는가? 또한 다른 모든 형태의 애니메이션 매체에도 적용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SAG는 결국 이 싸움에서 이겨서 게임 제작사는 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노조 소속 배우만 고용하고 배우들에게 추가 사용료와 수익의 일부를 지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게임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게임 질 자체가 저하될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장 비극적인 것은 아티스트, 디자이너, 프로듀서,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다른 모든 창조적 일을 하는 사람들의 봉급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물론 게임을 사랑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업계에서처럼 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 하지만 금전적으로는 훨씬 재미없는 삶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결국 결론은 이렇다. 모든 형태의 애니메이션은 그 속성상 협업으로 이뤄진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분야로 가는 게 낫다. 우리들 대부분은 돈 때문에 이 분야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다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건설 현장이나 경찰, 병원 등에서 힘들게 일할 때 우리는 창조적 분야에서 일하면서 지낼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이 행운이다. 이제 미국 배우들은 몇 발짝 뒤로 물러나서 많은 미국 게임 구매자들이 배우들의 게임에 대한 기여도를 배우 자신들만큼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뉴타입 2005년 7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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