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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도박의 연속이다.
우리들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미쳐버릴 것이다.


  이번 달에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중심지인 캘리포니아 LA에서 애니메이터로 살아가는 내 경험에서 나온 일화를 좀 소개할까 한다. 내 이야기가 뭔가 특이하다기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이 미국의 전형적인 '전업 애니메이터'를 대표하는 지극히 평범한 상황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는 전문 기업인들 집단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강연의 내용은 전문 애니메이터로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강연을 예전에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강연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이 업계의 광기에 압도당하는 모습이 사뭇 재미있다. 사람들은 애니메이터들이 모두 마법과 요술로 가득 찬 전원적이고 색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체 직장 생활 중 기껏해야 한두 번 이직을 한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경우는 다르다.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에서 장기 근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돈만 준다면 어느 업체에나 그림을 그려주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오직 디즈니하고만 일하겠다든지, 오직 드림웍스하고만 일하겠다고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거나 '신념'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시간을 투자할 여유조차 없다. 나 자신을 비롯해 내가 아는 모든 애니메이터들은 두 개 이상의 TV 프로그램이나 게임에 겹치기 작업을 해보았으며, 다들 겹치기 작업을 끔찍하게 여기고 있다. 다음에 언제 작업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경쟁에서 살아남고 끊임없이 일거리를 가지려면 '게임에서 앞서 나가는' 길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1) 항상 프리랜서 구직 활동을 한다. 고용 조건을 계속 유지하려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홈 스튜디오를 마련해두고(이미 몇 년째 소유 중) 장비나 소모품, 최신 자료를 충분하게 구비해놓아야 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이 들어왔을 때 신속하고 편리하게 끝낼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2) 경험과 기술을 다변화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한 분야에서 일거리가 없을 경우, 다른 분야에서 일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비디오 게임, 광고, 코믹스 등 다른 업계에서의 구직 활동도 수반된다. 그러다 보면 오랜 조사와 학습 시간을 투자하게 마련이다.
  3) 나는 어떤 사람도 흉내낼 수 없는 통찰력이 있어야만 '창조적인 우위' 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매체, 예술 및 대중 문화를 공들여 관찰한 후 자신의 작업에 적용해야 한다. 일례로, 나는 대학에서 연극 수업을 들으면서 즉흥 연기를 공부했다. 그때 익힌 기술은 내성적인 아티스트 집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문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내 아이디어를 업체에 '피칭' 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4) 사실 애니메이터는 '쇼 비즈니스' 전문가이다. 우리에게는 미디어 업계의 그 누구 못지않게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프리랜서 일은 적재적소에 자신을 배치하려는 노력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
  5) 홈 스튜디오에 필요한 물품과 장비를 항상 준비해놓고 새로운 작업과 도전에 대비한다.
  2003년, 나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나만의 아이디어를 판매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위해 니켈로디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정규 감독 & 슈퍼바이저직을 사직했다.
  그 전에는 정규직 일은 물론, 제법 꾸준히 들어오는 프리랜서 일 때문에 너무 바빠 개인적인 창작 일에 전념할 수 없었다. 나는 개인 시리즈 제안 작업을 위해 정규직 직장을 그만두고 모아 둔 저금과 들어오는 프리랜서 일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애니메이션처럼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는 지극히 위험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보다 나은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퇴직에 따른 재정적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처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은 프리랜서 일을 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리랜스 개발 작업, 디자인, 글쓰기, 스토리보드 제작, 감독,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제안서 만드는 일(여기에도 보통 글쓰기, 그리기, 조사 등이 필요하다)과 내 개인 작품 피칭 등을 해야 했다. 그 결과 2003년에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니켈로디언, 캘리포니아 미술 대학(칼아츠), 산호세 주립대학과 일하게 되었다. 2003년에는 또한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니켈로디언, 카툰 네트워크는 물론 다수의 만화 출판 업체들에게 내 아이디어를 피칭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과거나 지금이나 항상 나는 세 개 이상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동시에 피치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2003년 여름 컨벤션 시즌 중에는 애너하임의 애니메 컨벤션과 샌디에고 코미콘 인터내셔널, 미시간에서 열린 칼라마주 애니메이션 축제는 물론, 그 해 미디어 관련 다른 전시회에도 참석했다(다른 해에도 그렇듯이). 이 세 번의 전시회는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내 작품을 피칭하며 다른 고용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었다. 이들 전시회에서 강의를 하고 패널에 참석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려면 시간을 들이고 사비를 털어가며 자료를 비롯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내 결정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애니메이션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도박의 연속이다 하루가 저물 때면 우리들 대부분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한 해 두 해를 파산하지 않고 살아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모두 미쳐버릴 것이다.

[뉴타입 2005년 8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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