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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의 사랑을 먹고 크는 엔터테인먼트 세계. 특히 이곳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7월은 신나는 달이었다. 지난 7월 2일부터 4일에 걸쳐 연례 아니메 엑스포가 디즈니랜드 부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는 개최되었고, 7월 22일에서 25일까지는 샌디에고 코믹콘 인터내셔널이 샌디에고 컨벤션 센터에서 다시 한 번 열렸다.
  미국에서 제대로 볼 수 있었던 아니메라고는 「달려라 번개호」(Speed Racer)와 「우주 전함V호」(우주전함 야마토, Star Blazers) 뿐이었던 어릴 적에, 대중들은 숨겨진 다양한 아니메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존재는 말할 것도 없고 아니메라는 말조차 제대로 몰랐었다. 요즘은 물론 상황이 달라져서 아니메는 미국에서 호응을 받고 있으며 서서히 미국 특유의 잡탕 문화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분이 되어 가고 있다. 「유희왕」(Yugi-Oh)같은 프로그램은 전국 초등학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알만한 대학생들은 다 보는 「카우보이 비밥」(Cowboy Bebop)은 진정한 진보적 유행의 선봉으로서 '컬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주류에서 아니메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면서 아니메 엑스포의 규모 역시 따라서 커지고 있다. 엑스포 참가 횟수가 거듭될수록 참가 인원은 늘어나는 반면 참가자 연령은 낮아지는 것 같다. 코믹콘과 달리 아니메 엑스포는 아니메와 망가 팬들에게 거의 집중되는 분포를 보이고 있다. 엑스포에는 아니메와 관련 없는 아이템들도 더러 있지만 아직도 핵심 아이템은 아니메와 망가이다. 미국의 아니메 팬들은 열렬한 추종자 군단으로 변신, 적극적이면서도 우호적인 집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믹콘과 아니메 엑스포의 팬 층은 거의 유사하지만 아니메 엑스포는 보다 사교성 높은 행사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규모는 작아도 아니메 엑스포는 가라오케 대회, 탁구 대회, 코스튬 플레이 파티 등 참여를 유도하는 이벤트를 통해 참가자들을 많이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서로 실제적인 교류를 하고 친구를 새로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아니메 엑스포의 변함없는 큰 매력 중 하나는 해적판 비디오/DVD의 언더그라운드 시장이다. 미국에서 아니메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에 들어오는 아니메 영화와 TV 프로그램은 널리 가장 인기를 얻은 작품뿐이다. 또한 수입된 작품조차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만큼 팬 층이 상대적으로 얇기 때문이다. 「포켓몬스터」나 「드래곤볼」DVD는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꽃보다 남자」(Boys over Flowers)」와 같은 다소 눈에 띄지 않는 작품들을 갖추고 있는 체인점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문제는 일본 색을 심하게 풍기는 아니메 내용이 많아서 배급자나 소매업자들에게 그러한 작품이 미국 시청자들에게 잘 팔릴지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적판 아니메의 매매가 아니메 엑스포 참가에 항상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높아지는 아니메의 인기에 따라 상업적인 제재도 따라온다.
  올해 들어 업체들의 불법 복제품 단속이 시작되었다. 해적판 아니메 판매업체들에게 대부분 경고령이 흘러든 것이다. 대규모 기소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대형 배급 업체가 눈에 띄지 않는 아니메 인기작의 판권을 더 많이 사들여 판매하게 되기를 두고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왜냐하면 아니메는 미국에서 큰 사업이고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그들의 저작권 보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니메 엑스포는 그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친근한 공동체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반면, 코믹콘은 만화책 광들이 모여 만화책을 사고팔고 교환하며 의견을 나누던 장에서 헐리우드 스타일의 네트워킹과 홍보와 광고가 판치는 거대한 선전장으로 변질됨에 따라 점점 더 기업화되고 있다. 코믹콘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업체들의 팬들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과 영화 제작 경향이 커질 것이다. 코믹콘에 몰린 8만 명 이상의 인파의 대부분은 대부분 캘리포니아행 여행비에다가 샌디에고에서도 고급 지역에 속하는 곳의 비싼 호텔과 식당의 숙식비를 감당할 만한 재력이 있는 팬들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본다면 만화, 영화, 책, 장난감, 게임 등에 꾸준히 돈을 쓰는 미국 일반 대중들 전체 중에서는 이들은 여전히 아주 낮은 비율임을 알 수 있다. 이 행사를 활용해 팬들이 호응할 만한 제작 방향을 조정하지 않을 만큼 어리석은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없을 것이다.
  아니메 엑스포와는 달리 코믹콘은 사교보다는 비즈니스에 치중한다. 파티와 사교 행사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보다 업계 관련 인맥 구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코믹콘은 좌담회와 더불어, 만화, 영화계에 입문하는 법 등을 미디어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질의응답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경향이 있다. 중급 임원팀을 배치하여 새 작품을 스카우트해오는 업체도 많고 배우들에게 등장인물 분장을 시켜 작품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따라서 코믹콘은 이들에게는 '일'이 되고 아니메 엑스포보다는 경쟁과 긴장의 분위기가 흐른다. 유명 미디어 업체에서는 모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태세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손님을 부르고 있다. 안 그래도 시끄러운 전시회장에서 올해 가장 큰 목소리는 단연 조지 루카스 회사인 루카스아츠(LucasArts)다. 스타워즈 좌담회가 열린 토요일, 전시회 중 가장 중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루카스아츠는 전편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의 제목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III - 시스의 복수」(Star Wars: Episode III - The Revenge of the Sith)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코믹콘 참가로 얻을 수 있는 큰 장점 중 하나는 만화책 캐릭터나 카툰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코믹콘에 부스를 열어 출판사나 애니메이션 업체의 관심을 끌거나 아이디어 피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올해에는 독자 출판된 미니 코믹스들이 만화가 야심 있는 만화가들에게 여전히 인기 있는 가운데 집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와 비디오 게임 컨셉을 전시하는 부스도 꽤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기술은 이제 미국 대중들에게 널리 보급되어 작품의 단편 애니메이션 샘플 제작은 예전의 만화책 독자 출판만큼이나 쉬워졌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독립 제작 작품은 머지않아 대형 경쟁 업체 못지않게 멋지고 전문가다운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이것 또한 바로 업체들이 코믹콘과 같은 행사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계속 주시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코믹콘은 이제 그 명성을 초월해 성장했다.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만화책 전시회가 아닌 각종 미국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 미디어 행사이다. 아니메 엑스포처럼 친근하지는 않을지라도 미국 내 하부 구조 전체의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그 세력이 날로 커져가는 창조적 힘과 소비자 기반을 증명해 내는 데 한몫 했다. 다시 말하면, 괴짜들도 마침내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뉴타입 2004년 9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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