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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휴식 기간을 보낸 미국 애니메이션계의 화산은 몇 달 전부터 우르릉 거리더니 이제 마침내 분출하기 시작했다. 본 칼럼란을 꾸준히 읽어오신 분이라면(아니신 분은 반성!) 이번 달에는 이전 칼럼에서 조명했던 사건들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소식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소식도 있고 나쁜 소식도 있으며 슬픈 소식,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도 있다. 해석은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하므로 사견은 최대한 배제한 채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월트 디즈니사의 미래를 둘러 싼 암투는 사내의 대 지각 변동이 가라앉음에 따라 마침내 최절정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현 디즈니 CEO 마이클 아이즈너는 계약이 만료되는 2006년 최고 경영자직을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생각나시겠지만, 마이클 아이즈너는 로이 디즈니와 같은 사람들을 비롯하여 애니메이터에서부터 임원진까지 다른 여러 전직 디즈니 직원들이 그의 리더십과 회사에 대한 비전을 도마 위에 올려놓으면서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마이클 아이즈너를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아이즈너의 부실 경영 때문에 디즈니사의 여러 애니메이션 부서의 폐쇄, 우수 인력들의 유출, 픽사와의 관계 단절이 야기되었다는 것이다.
  올해 초, 디즈니 이사회에 공개적으로, 그리고 비공개적으로 아이즈너의 퇴진이 수차례 요청되었으나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이즈너의 최고경영자 사임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이사회 의장직 사퇴로는 이어졌으며 세간에 매우 눈꼴 사나운 싸움으로 알려졌다.
  월트 디즈니사는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거대 미디어 업체이지만, 아이즈너는 주로 애니메이션 부서 경영 방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눈앞의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신데렐라」, 「정글북」, 「레이디와 트램프(Lady and Tramp)」와 같은 고전 작품들의 속편 및 전편을 비디오용으로 싸게 제작해서 디즈니의 소중한 자산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한편, 새로운 컨텐츠 제작은 관리가 과도했든지 제대로 관리가 안되었든지 그냥 엉망진창이어서 「홈 온 더 레인지(Home on the Range)」와 「브라더 베어」와 같은 흥행 실패작만 낳았다.
  9월 9일자 사직서에서 아이즈너는 잔여 계약 기간 동안 그의 능력이 닿는 만큼 회사를 계속 이끌어 나갈 생각임을 분명히 하면서 CEO로서 재직한 20년간 주도해 온 여러 가지 재정적 성공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아이즈너는 이 문서를 통해 "우리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있지 않은 회사들과는 다르다. 우리는 창조적인 회사이기에, 일반적인 회사 이상의 존재이다"라고 못박으면서 "교육이나 경험, 재정적 책임에 대한 개념은 없는 상태에서 빈틈없이 정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경험, 재능, 판단 능력, 육감과 희망을 우리의 지침으로 삼아, 매일 말 그대로 산더미 같은 아이디어를 고려, 개발, 폐기,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즈너는 또한 후임자 물색 절차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사장으로 점쳐진다.
  잠시동안은 디즈니와 픽사 간의 관계 유지 협상이 재개되는 듯 했지만 아이즈너가 남은 2년 계약 기간을 채울 의사를 보임에 따라 픽사는 다음 두 작품이 끝나면 묵은 관계를 청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디즈니는 픽사 영화 배급은 물론 영화 자체와 캐릭터의 소유권도 보유하고 있고 픽사의 흥행 및 상품 판매 수입 일부도 챙기고 있다. 디즈니와의 법적 계약이 만료되었을 때 픽사가 바라던 것은 당연히 다른 조건 없이 고정 수수료로 자신의 영화를 배급할 업체였고, 아이즈너는 당연히 그러한 조건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픽사는 이제 헐리우드에서 가장 확실한 흥행작 제작 업체로 자리 잡은 만큼, 픽사의 배급업체로 낙점받기 위해 이미 많은 업체들이 줄을 서고 있는 상태다. 픽사의 차기작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브래드 버드 감독)이 올해 11월 5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하나의 막강 CGI 업체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샤크 테일(Shark Tale)」은 첫 주에 4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신기록은 아니지만 2위와의 차이가 2500만 달러 이상일만큼 대단한 성적이었다. 한편, 파라마운트사의 「스카이 캡틴과 미래 세계」는 개봉 후 3주간 흥행 수익이 3000만 달러에 그쳐 탄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엄청난 물량의 흥보전은 물론 리바이벌 CGI 느와르 미술 감독 방식에 쏠렸던 미디어의 관심을 생각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수입 아니메 TV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인기지만 아니메 장편 영화의 경우에는 「이노센스(Ghost in the Shell: Innocence) 」가 3주 동안 695,714 달러를 버는 데 그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각기동대」 원작 팬들의 큰 기대를 모으며 개봉된 속편이 미국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은 이야기 전달 방식에서 문화적 장벽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이 장벽이 비록 지난 몇 년간 어느 정도 낮아지기는 했지만 미국의 일반 관객들은 아직도 아니메의 예술적으로 철학적인 면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고 보다 상업적으로 화려하고 귀여운 부분만을 선호하고 있다.
  이제 카툰 코미디 이야기로 넘어가보면 미국에서 「네모네모 스펀지밥」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언제나 명랑한 스펀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11월 19일에 극장에 걸릴 예정이고, 더 큰 소식은 니켈 러디언과 「스펀지밥」의 제작자인 스티브 힐렌버그가 2005년용 20회 분 추가 제작에 합의했다는 것.
  원래 장편 영화는 5년간 TV에서 불후의 성공을 거둔 「스펀지밥」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시리즈 제작은 중단되었고 영화가 완성된 이후에는 새 회분 계획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수요가 시장을 좌지우지 한다. 또한, 「스펀지밥」은 니켈러디언의 25년 역사상 가장 큰 성공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수년 동안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에서는 ‘제2의 「스펀지밥」’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으나 모두 허사였다. 숱하게 많은 아이디어들이 피치, 거부, 개발, 테스트 단계를 거쳤으나 요 기발한 꼬마 녀석의 인기에 근접할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당분간 ‘제2의 「스펀지밥」’은 그냥 「스펀지밥」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슬픈 소식. 이처럼 침울한 소식으로 칼럼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전해야 할 소식이다. 2004년 9월 8일, 우리는 애니메이션계 건설의 아버지 중 한 명을 잃었다. 바로, 프랭크 토마스. 애니메이션의 선구자이자 가장 잊지 못할 영화들을 제작한 월트디즈니의 ‘9명의 늙은이들’ 중 한 명인 그는 92번째 생일을 기념한지 불과 사흘만에 숨을 거두셨다.
  토마스의 건강은 올해 초 뇌출혈을 겪은 후 악화되었다. 토마스는 많은 전문가들이 애니메이터의 ‘바이블’이라고 여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생의 환상」의 공저자였다. 그와 이 책을 함께 쓴 동료 애니메이터이자 평생 친구인 올리 존슨(생일 때에도 토마스에 곁에 있었음)은 이제 애니메이션 전설의 마지막 생존자가 되었다. 이 좋으신 분은 필자의 크나큰 애정과 존경, 경애심과 함께 기억되고 추모될 것이다. (프랭크와 올리를 위해 바친 뉴타입 2003년 6월호 칼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뉴타입 2004년 11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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