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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루카스의 생애에는 애니메이터에게 귀중한 시사점을 준다.
끊임없는 실험 정신과 혁신을 향한 의지가 낳은 다양성.
그것이 바로 그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바꾸어 놓은 원동력이다.


  이 칼럼이 독자를 찾아갈 즈음이면 필자는 이미 미국에서 5월 19일에 개봉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를 보았을 테고, 따라서 조지 루카스의 결정적인 우주 서사 오페라를 속속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스타워즈」'스핀오프' 스토리는 소설, 만화책,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을 비롯, 하늘 아래 거의 모든 통신 매체 형태로 나와 있지만 조지 루카스는 영화야말로 「스타워즈」 세계의 유일하고 참된 '백과사전' 임을 거듭 강조해 왔으며, 에피소드 3은 이 책을 완성하고 영원한 마침표를 찍게 된다.
  필자는 1970년 여름에 태어난 것을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스타워즈」가 1977년 5월에 개봉될 즈음에 이 독특한 스토리의 완벽한 '타깃 연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칼라마주라는 중서부 지역의 작은 고향 마을 자동차 극장에서 두 명의 형과 함께 「스타워즈」를 처음 보던 것을 기억한다. 형들은 모두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지만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기에 우주선과 로봇에 대한 관심은 덜 했다. 나보다 약간 어린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그들이 본 최초의 「스타워즈」에 대한 기억은 주로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있음직한 홈비디오 형태로 남아 있다. 같은 반의 많은 친구들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카드를 바꾸고 액션 피겨를 가지고 놀았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이 영화를 좋아했다.
  「스타워즈」를 본 다음 날 나는 그림 기계로 다시 태어났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의 집착 대상은 주로 미키 마우스였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 생각 속에는 온통 드로이드, 제다이 나이트, X윙 파이터, 다스 베이더, 자바와 우키 뿐이었다. 타자기 용지에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려 가며 영화 전체의 '스토리보드'를 짰다. 첫 스토리 보드 중 제대로 남아 있는 샘플이 몇 개 안 되는 것은 비극이지만 하루 만에 영화 전체를 그렸던 것은 또렷이 기억한다. 그저 정신 나갔던(나간) 것 아니냐고? 뭐 그런 소리를 한두 번 들은 것이 아니라서‥. 그런데 나의 이 실성 소년 스토리는 할리우드에서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애니메이터가 똑같이 갖고 있다. 물론 자세한 내용은 약간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애니메이터 한 세대가 스타워즈 개봉과 함께 태어났으며 이 '빅뱅' 효과는 애니메이션 업계에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다.
  스타워즈는 단순한 영화 프랜차이즈를 뛰어넘어 모든 영화 제작자의 참고서가 되었다. 가령, 내가 스토리보드를 피칭했는데 애니메이션 업체 경영진에서 그림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이건 「스타워즈」의 쓰레기 압축기 장면 같은 거예요."라고 설명하면 재깍 알아듣는다. 약간 코믹한 느낌이 드는 나이 든 현자 같은 캐릭터가 필요하면 디자이너에게 다가가 "요다스럽게 만들어 주세요."라고 하면 역시 잘 알아 듣는다. 스타워즈 스토리의 기본 구조는 하도 많이 베껴 대서 예를 일일이 들기 시작하면 잡지 전체를 다 잡아먹을 지경이다. 「스타워즈」는 영화 제작, 감상, 마케팅 방식을 혼자 힘으로 바꿔놓았다.
  조지 루카스는 그의 작고 겸허한 우주 공상 판타지의 성공을 발판 삼아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했다. 픽사 탄생의 모체가 된 미국 최고의 특수 효과 업체인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 세계 최대 '독립' 영화사 루카스 필름, 최첨단 비디오 게임을 꾸준히 출시하는 루카스 아츠 등이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덕분에 생겨났다. 최근에 조지 루카스는 자신만의 대륙 횡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 시작했다.
이 스튜디오에서는 「스타워즈」를 기반으로 하여 일반 영화, CGI 애니메이션 등 두 개의 TV 시리즈를 제작할 것으로 알려져 왔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조지 루카스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리지널 「스타워즈」의 스톱모션 '체스 피스'에서부터 어디서나 논란이 되었던 에피소드 1의 자자 빙스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애니메이션을 활용했다. 최근 카툰네트워크는 「사무라이 잭」을 만든 젠디 타타코브스크가 감독한 「클론 워즈」 새 마이크로 시리즈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 시리즈에서는 에피소드 2와 에피소드 3 사이의 스토리를 다룬다. 그러니까 애니메이션은 조지 루카스의 영화 제작자 군단의 미래에 크나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스타워즈」가 계속해서 도약의 발판이 되는 한편 조지 루카스는 새로운 내용과 기존 내용 모두를 통해 모든 매체를 정복할 틀을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
  조지 루카스는 애니메이터에게 귀중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조지 루카스의 생애를 살펴보면 오늘날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뼈아프게 부족한 두 가지 특징인 창의성과 실험 정신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애니메이터는 경력을 쌓을 때 폐쇄되고 폭 좁은 영향에만 노출되는 경향이 있어 애니메이션의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그에 반해 조지 루카스의 창의적 성공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영웅들의 다양화였다고 생각한다. 조지 루카스는 만화책을 즐겨 보았고 자동차 경주도 좋아했으며 「플래시 고든」 영화 시리즈 (미국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보여주는 단편 에피소드 영화)를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아키라 쿠로사와의 영화도 좋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전형적으로 미국적인 초상이 아시아적인 특징의 이야기 전개 기술과 독특하게 융합됨으로써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직접 접해 있는 환경을 벗어나 예술적 영감을 찾아보면 조지 루카스의 창의성 중 상당 부분 뒤에 숨어 있는 진정한 천재성이 드러난다. 조지 루카스는 이야기 전개의 예술과 기술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계속해서 혁신시키려는 의지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조지 루카스 외에 그처럼 겸허한 예술적 야망으로부터 그처럼 큰 성공을 일굴 수 있었던 영화계의 선구자는 미국 역사상 단 한사람밖에 없다. 바로 월트 디즈니이다. 애니메이션계에서는 누가 '제2의 월트 디즈니'가 될 것인지에 대한 추측이 많이 있었는데 대부분 픽사에서 그 주인공을 찾고 있다. 하지만 픽사는 아직 젊은 기업이다. 그러나 루카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좋은 방향으로 바꿔놓은 진정한 주역이다. 앞으로 조지 루카스에 대한 얘기가 많이 들리게 될 것이다. 「스타워즈」를 초월하여 뻗어나갈 것이고 다행스럽게도 「스타워즈」의 통찰력 있는 천재가 아직 운전석에 꿋꿋이 버티고 있다. 부디 조지 루카스씨가 계속 건강하길 바란다.

[뉴타입 2005년 6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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