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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몃 시간후면 미국의 명절 시즌이 다끝난다. 전국의 미국인들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렇게 말하니 미국인들은 명절을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미국인들은 사실 명절을 너무도 사랑한다. 진지하게 감사, 기쁨, 평화, 우애, 화합 등 근본적인 진리를 향한 마음을 새롭게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물론 엄밀하게 상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명절은 한 해 중 가장 정신 없이 바쁜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 즈음이 막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각종 회사와 기업과 상점에서는 미국 명절 기간 중에 사람들이 미친 듯이 써 대는 돈을 긁어들이기 위한 준비에 일년 내내 열중한다.
  애니메이션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명절 시즌이 애니메이션 최대의 '경주' 라고 할 정도로 애니메이션 업계는 '어린 고객의 기호' 에 맞추려는 노력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최고의 광고비와 시청률을 차지할 명절 특집 TV 방송을 앞다투어 제작하지만 실질적인 수입을 기대하는 곳은 다름 아닌 박스 오피스이다.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로 이어지는 대목에 개봉된 새 장편 만화 영화는 디즈니의 「보물성(Treasure Planet)」과 파라마운트와 니켈오데온의 「말괄량이 손베리(Wild Thornberrys: The Movie)」등 두 편 뿐이다.
  「보물성」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 해적 소설 「보물섬」을 또 한 번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공상 과학적인 요소를 가미한 「보물성」의 흥행 성적은 5주 동안 3280만 달러에 그쳐 업계의 기준으로는 엄청난 실망작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최근 개봉된 상위 20개 영화 가운데 18위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비평가들에게도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뉴라인 시네마의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단 2주만에 2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현재 엄청난 차이로 미국 내 1위 자리 고수 중) 과 워너브라더스의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7주만에 흥행 수입 2억4천만 달러 기록) 등 서사시 블록버스터 영화의 거대한 파도에 밀려 나가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야! 로그래츠(Ruugrats)」로 유명한 클라스키 추포(Klasky Csupo)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TV 시리즈를 기초로 한 「손베리」는 동물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소녀와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소녀의 별난 다큐멘터리 가족의 모험을 그려 극장 개봉 2주만에 6위에 오르는 등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으며 현재 흥행 수입은 3660만달러에 이른다.
  「손베리」의 캐릭터들은 독특한 미국적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클래스키 추포의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캐릭터 디자인은 영락없는 유럽식이다. 이는 회사 공동 창립자인 가버 추포(Gabor Csupo)가 헝가리인이며 내부 수석 디자이너들 중 다수가 헝가리인이나 러시아인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 사실을 염두해 둔다면 「손베리」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승리라기보다는 유럽 애니메이션의 승리라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손베리」의 흥행 성공과 「보물성」의 흥행 실패가 애니메이션의 스타일이나 디자인은 물론이고 스토리의 질과는 더더욱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보물성」은 시작부터 실패할 요소가 너무 많았다. 여러 가지 매체에 의해 셀 수도 없을 만큼 여러 번 각색된 「보물성」과는 달리 「손베리」는 아주 새로운 스토리였을 뿐만 아니라 TV 시리즈의 기존 관객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이점도 있었다. 「보물성」은 또한 남성 관객을 대상으로 한 다른 많고 많은 SF 판타지 영화와 경쟁한 반면, 「손베리」는 특히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거의 대변되지 않았던 소녀를 비롯해 가족관객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모두 줄거리 전개나 시각적 호소력에서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 단지 우려하는 바는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이렇게 명절 시즌에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가는 살아남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손베리」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이번 명절 시즌에 두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 중 겨우 하나만 상위 10위에 들었다는 것은 형편없는 성적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애니메이션 업계의 경영진들은 이런 결과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과거의 예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신속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편협한 시각으로 보면 자동적으로 "음…, 그래… 관객들은 이제 더 이상 디즈니나 디즈니식에 관심이 없는 거야"라고 말하기 쉽다. 여러 언론 매체에서 이미 그렇게 결론 내린 것처럼 미국인들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점점 식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필자가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실과 다르다. 최근까지만 해도 흔하지는 않지만 정말 우수한 작품이 개봉되기만 하면 대중들은 우르르 몰려나와 보러가곤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언론 매체에서 어떤 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대중들은 그것이 얼마나 오류가 있는 것인지 에는 관계없이 믿기 시작한다.
  어떻게 된 노릇인지 필자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데, 애니메이션은 실사매체보다 더 혹독한 감시를 받고 있다. 실사 영화가 아무리 망해도 언론 매체가 "음…. 그래… 관객들은 이제 더 이상 영화에 관심이 없는 거야"라는 웃기는 추측을 내놓는 법은 절대 없다. 「보물성」보다 훨씬 못한 장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작'으로 치는 영화가 셀 수 없이 많다. 도대체 애니메이션은 왜 유독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일까? 필자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 다음 달에는 혹시 그 해답이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오리무중이다.
  지금 시각은 새해 전날 오후 8시 10분이다. 2003년까지는 이제 4시간도 안 남았다. 이제 곧 새해 맞이 파티가 열리는 친구집에 갈 참이다. 이 파티에는 대부분 애니메이터들이 참석한다.
  미국에서는 '새해의 각오'를 하는 것이 전통이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하거나 이루려고 다짐하는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금연하거나 감량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의 각오는 미국 애니메이션이 왕년의 영광을 되찾도록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비록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이 멋진 예술 매체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우리의 탐욕이 아닌 우리 자신을 이끌어 가게 한다면 미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다시 한 번 밝아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뉴타입 2003년 2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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