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6월 6일에서 6월 11일에 걸쳐 개최되었다. 이번 페스티벌 역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술로 제작된 전세계 애니메니션의 동향을 짚어보는 기회가 되었다.
2005년 프로그램의 특징은 캐나다 작품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과 많은 영화들이 안시 페스티벌에서 시사회를 가졌다는 점이다. 시사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애플시드(Appleseed)」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단편 영화 부문 경쟁, 텔레비전 부문 경쟁 등이 있었다.
페스티벌의 단편 영화 부문 첫 번째 프로그램에서 가장 감동을 자아낸 작품은 니콜라스 말러(Nicolas Mahler)의 「공원(Le Parc)」이다. 중국의 지혜로운 우화와 유사한 이 짤막한 이야기는 항상 변함없는 나무 발드마르(Waldemar)의 생을 이야기한다. 공원에서 세계를 바라다보는 그는 체념적으로 친구들의 죽음을 목도한다. "내 영화에는 80개의 그림밖에 사용되지 않았어요!"라고 이 오스트리아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매우 간결한 이 애니메이션은 유머로 가득 찬 화면 밖 목소리와 넌센스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면서 삶에 대한 어떤 철학을 표현한다.
안시를 방문하는 행복은 지금까지 주목 받아오지 못했던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발견 혹은 재발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프레데릭 벡(Frederic Back)은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는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시와 그림 사이에 위치한 뛰어난 감수성을 지닌 그의 영화들이 올해 안시를 통해 선보였다. 그의 영화에서는 인물과 바탕이 함께 움직인다. 이를 통해 각각의 요소에 동일한 중요성을 부여한다. 선험적으로 생각할 때, 그림 혹은 목탄화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 그리 용이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부동의 조형적인 미에 행위라는 애니메이션의 작업을 결합하는데 성공했다.
올 안시 페스티벌이 가지는 또 하나의 매력은 이러한 전통적인 프레데릭 벡의 작품 이외에도 매우 모던한 「애플시드」의 시사회를 볼 수 있었다는 데 있다.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된 「애플시드」는 놀라운 형식미를 보여주었고, 바로 이 작품이야말로 새로운 세대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다. 감독 아라마키 신지(Aramaki Shinji)는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옹호하기 위해 안시라는 경로를 선택했다. 그는 컴퓨터 그래픽의 스타일로 자신의 고유한 길을 찾았다. "나는 이것이 일본에서 새로운 장르의 애니메이션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내가 이차원적인(2D) 작업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반대로 나는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나는 내 작품의 많은 인물들이 2D의 측면을 가지기를 원했다." 크리스탈 장편영화상(Cristal)의 과거 수상작들은 2D와 3D를 섞은 작품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좀 달랐다. 왜냐하면 심사위원단은 헝가리 감독 니오케(Nyocker)의 「구역(le Quartier)」을 수상작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뷔카레스트 게토 지역의 파벌 간의 세력다툼을 다룬다.
안시에서 귀중한 프로그램인 상반된 작품 코너에 모든 점에서 매우 대조적인 두 감독의 작품이 있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네덜란드 감독인 로스토(Rosto)는 조나스/톰베리 (Jonas/ Tomberr)와 함께 독일 표현주의에 영향을 받은 음울한 작품을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고 심지어 때로는 난삽해서 사실 초청작 선정 과정에서 위원회는 의견이 양분되었었다.
이와 반대로 소박한 가엘 브리주(Gael Brisou)는 2005년 폴리마쥬(Folimage) 스튜디오에서 만든 첫 단편작인 「달콤한(Sucre)」을 안시에 가져왔다. 이 이야기는 아담과 이브의 신화를 알록달록한 이미지의 아프리카적인 색채로 재해석한 것으로 매우 몽환적이다. 이 두 사람의 세계가 완전히 대립된다는 점은 도발적인 발언을 잘 하는 로스토가 다음과 같이 한 말에서 잘 알 수 있다. "영화는 조금은 악마적인 영매 같은 것이며 또한 엄청난 규모의 사기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기 위해 모인다. 단지 화면 위에 나타나는 약간의 빛을 제외하고선 말이다. 페스티벌의 힘은 영화에는 진리가 없다는 것을 파악하게 한다는 데 있다. 차라리 영화는 일련의 개별적인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주 조용히 우리의 가슴을 메이게 한 「밤의 이야기(Un contede nuit)」라는 단편 영화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한 가족이 엄마의 예고된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로토스코피의 방식으로 색을 넣은 배경에 3D로 그려진다. 스웨덴의 여성 감독 마자 린드스트롬(Maja Lindstorm)이 거부와 수용 그리고 몽환과 냉혹한 현실 사이를 실감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다른 그녀의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녀는 매우 생생한 현실을 보다 잘 나타내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선택해서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을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작년 페스티벌에 선보인 아르노 데뭉크(Arnaud Demuynck)의 「삶의 상징(Signes de vie)」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작품 역시 죽음의 문제를 몽환적이면서 성숙한 방식으로 다뤘다.
제29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폐회식이 6월 11일 저녁에 열렸다. 이때 수상작들이 발표되었다. 물론 대중들의 평가와 일치된 것은 아니었다. 아시아 작품들은 수상을 하지 못했으며 프랑스는 단지 두 작품만 수상했다. 반면 영국의 작품이 많은 수상을 했다.
내년엔 벌써 안시 페스티벌이 30주년을 맞는다. 세르쥬 브롱베르그(Serge Bromberg)는 폐회식이 끝날 무렵에 내년은 또한 애니메이션의 탄생 100주년임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이미 열띤 흥분에 가득 차 있다.
[뉴타입 2005년 7월호에서 발췌]